물론 홍 지사나 강 변호사나 사실무근이라는 말을 하기는 했다. 그런데 거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오지랖 넓게 한 걸음 더 나아가 판사의 입장에 서서 증거가 있네, 없네 설명까지 한 것이다. 언론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불필요하게 나서서 증거가 있네 없네 하는 것은 불안해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홍 지사와 강 변호사의 말은 결국 "내가 보기에 나는 무죄예요."라고 말하는 것으로서 제3자의 일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비교적 언론을 대하는 것이 능수능란하다고 알려졌던 두 사람이 이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못 흥미가 생기게 한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진보는 분열로 망해도 보수는 부패로 망하지 않는다. 분열엔 의리가 없지만 부패엔 의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작가 박민규가 세월호참사에 대해 쓴 글 「눈먼 자들의 국가」의 한 구절이다. 성완종 회장의 비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패엔 의리가 있다"는 말의 의미를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성회장의 인터뷰 전문을 읽다보면 그가 부패와 의리를 전혀 구별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